흔히 검색엔진 회사는 SEO 회사들과 앙숙이라고 생각합니다. SEO 에이전시가 검색엔진 알고리즘의 허점을 찾아서 검색 순위를 올리는 데 악용을 하고 검색엔진 회사는 이를 막거나 발견하여 벌칙을 주는 등 서로 공격과 방어를 하는 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인식은 10 여년 전에는 맞지만 지금은 틀립니다. SEO 회사들은 검색엔진 알고리즘의 허점을 찾기 보다는 검색엔진이 제공하는 가이드를 충실히 제공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으며, 검색엔진 회사들은 이러한 SEO 업체들에게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면서 서로 배우고 검색 생태계를 가꾸는 관계입니다.
SEO 콘퍼런스를 하면 으레 구글, 빙과 같은 검색엔진 회사들이 스폰서쉽을 지원하면서 세션 발표도 하는 등 SEO 에이전시와 검색엔진 회사들은 실제로 많은 교류를 합니다. 네이버도 작년부터는 국내 SEO 회사들을 직접 방문하여 네이버 검색엔진의 변화를 설명하면서 SEO 업체가 만나고 있는 고객의 소리를 듣는 등 점차 국내에서도 검색엔진 회사와 검색엔진 최적화 회사 간에 교류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검색엔진이 점점 똑똑해져서 블랙햇과 같은 기법이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SEO 에이전시나 검색엔진 회사나, 소위 부정한 방법 또는 블랙햇으로 검색 생태계가 나빠져서 사람들이 검색을 더 이상 애용하지 않게 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검색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잘 찾아주는 역할을 검색엔진이 맡고, 어떻게 해야 검색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잘 생산하고 검색엔진에게 전달하는지를 가이드하는 SEO 회사가 있을 때, 사용자는 검색엔진을 더 많이 사용하고 원하는 정보를 빨리 찾을 수 있습니다.
구글이 선정한 SEO 우수 사례
이러한 시점에서 구글 공식 개발자 가이드 사이트에 우리나라의 SEO 우수 사례도 소개되었습니다. 트윈워드 블로그에서도 검색엔진 최적화(SEO), 아직도 한국에서 안먹힐까? 라는 포스트에서 소개를 해드린 바 있습니다. 구글 공식 사이트에 소개된 SEO 우수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7개에 불과하므로, 구글이 우리나라에 관심이 높음을 알 수 있고, 해당 사례가 우수 사례에 뽑힐 만큼 좋은 성과를 내었다는 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구글이 뽑은 우수 사례에 대한 SEO 진단과 점검을 해 본 결과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성과 면에서는 우수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은 구글이 제시하는 품질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구글이 제시하는 품질 가이드라인은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 기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으며, 사용이 금지된 기법을 사용하면 검색결과에서 페이지 또는 사이트가 누락되거나 사이트에 직접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고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검색 엔진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용자를 위한 페이지를 만들고, 사용자를 속이지 않을 것을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프로그래매틱 방식으로 자동 생성된 콘텐츠의 경우, 검색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지만 독자에게 의미가 없는 텍스트라든가 검색 결과에 보이는 제목과 메타 디스크립션이 실제 방문했을 때 보이는 페이지와 불일치하는 경우 등을 금하고 있습니다.
우수 사례에서 사용하고 있는 블랙햇 기법
지금부터는 구글이 뽑은 우수 사례가 왜 구글의 품질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사례이고, 어떻게 금지되어 있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소개된 우수 사례는 사이트맵 파일을 제공하고 있으며, 사이트맵 파일에는 색인이 되어야하는 페이지 주소가 나열되어 있습니다. 페이지 주소에는 콘텐츠 페이지외에도 해당 사이트 검색 결과도 포함합니다. 해당 사이트 검색 결과에는 다음과 같은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위 키워드만 보면 우수 사례로 뽑힌 사이트가 언론사나 포탈로 여겨질 수 있겠지만, 관련 업종은 구인 구직 사이트입니다. 구글에서 성과로 소개하고 있는 내용을 보면 채용 시즌에 전년 대비 두 배가 넘는 자연 트래픽을 달성하였습니다. 이러한 자연 트래픽 증가가 모두 위와 같은 키워드를 활용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많은 부분이 의도적으로 트래픽이 많은 키워드를 활용하여 사이트 검색 결과 페이지를 자동 생성한 데 기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우수 사례로 뽑힌 사이트는 사이트 검색 결과로만 650 만 개 이상의 웹페이지를 구글에 색인하고 있는데요, 이는 사이트 검색 키워드로 650 만개를 활용하여 자연 트래픽을 유도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색인의 결과 ‘여배우 스캔들’ 이라는 검색어로 구글링을 하면 다음과 같은 검색결과 페이지를 볼 수 있습니다.
해당 페이지를 클릭하면 다음과 같은 화면으로 이동합니다.
구글의 검색결과 페이지에서 클릭을 한 후 이동한 페이지에서는 ‘여배우 스캔들’ 관련 정보가 없습니다. 다른 예로, ‘통신사 변경’ 이라는 검색어로 구글링을 하면 다음과 같은 검색결과 페이지를 볼 수 있습니다.
해당 페이지를 클릭하면 다음과 같은 화면으로 이동합니다.
정리하자면, ‘여배우 스캔들’ 또는 ‘통신사 변경’과 같은 사이트 검색 페이지를 이용하여 채용 정보를 보여주는 웹사이트로 트래픽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구글 검색결과 페이지에서 보이는 메타 디스크립션 부분은 채용 정보를 보여주는 사이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내용으로 채워져 있기에 구글이 품질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사용자를 속이지 않습니다’ 라는 대전제를 지키고 있지 않다고 봅니다.
검색을 한 사람의 의도 측면에서 봐도 ‘여배우 스캔들’ 이나 ‘통신사 변경’ 이라고 하는 검색어로 채용 정보를 찾으려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구글이 사용자의 검색 의도와 관련 없는 페이지를 검색결과 상위에 노출시키는 현실은 현재의 구글 검색엔진이 가지고 있는 알고리즘의 한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용자를 위한 품질 가이드라인 준수
앞부분에서 소개했듯이, 검색엔진과 SEO 업체는 사용자의 의도를 잘 반영한 콘텐츠가 검색이 잘되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구글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국내의 우수 사례도 전 세계적으로 소개가 되는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구글이 선정한 우수 사례는 오히려 구글이 강조하고 있는 품질 가이드라인에 어긋나는 소위 블랙햇 SEO를 활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선정 사례가 점차 성장하고 있는 국내 SEO 업계에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서 구글이 블랙햇에 대한 대응을 제대로 못하고 있음을 알리는 사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용자를 위한 검색엔진은 잘못된 기술 및 금지된 기술을 사용하여 검색 사용자의 검색 의도를 왜곡하고 검색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보다 충실하게 점검하여 불이익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 결과 품질 가이드라인에 설명된 기본 원칙을 잘 준수한 사이트들이 블랙햇을 사용하는 사이트보다 게재 순위가 높은 검색결과 페이지 (Search Engine Results Pages, SERP)를 보여주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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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햇이라는 단어도 몰랐는데 덕분에 공부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